정각스님 / 논설위원ㆍ동국대 겸임교수

  한국에서는 옛부터 걸량승(乞粮僧), 즉 탁발승을 동량승(棟樑僧)이라 불렀다. 어구상 ‘용마루와 대들보(棟樑) 같은 승려’를 말한다. 그러나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 ‘왕륜사 장육금상 영험수습기’에 “옛날 거빈(巨貧)과 교광(皎光)이란 두 비구가 금상(金像) 주조키를 바란 채 속된 말로 동량(棟樑)이란 말을 지어냈다. 동량이란 ‘헛된 구상(浮圖)’으로 보시를 권하여 행하는 불사(佛事)를 칭하는 것이다” 기록하고 있다.

  한편 이능화는 <조선불교통사>에 “이는 몸과 도(道)의 빈궁함만을 꾀하는 것이라. 속된 말로 ‘땡땡이’란 말은 권선(勸善)하는 동발(銅, 바라)의 소리로서 그를 이름한 것”이라 적고 있다.

  ‘헛된 구상으로 보시를 권함’. 이에 우리는 속칭 ‘땡땡이’란 말과 함께 1960년대 보릿고개 세월 속에 불렀던 노래, “예배당에 갔더니 눈 감으라 하더니, 매미채로 돈 내노라 하더라”란 부정적 가사에 귀기울여야 한다.

  1978년 법정스님은 “사찰의 복전함을 없애라” 말한 바 있다. 그리고 최근 조명받는 선문(禪門) 선우도량의 자급자족과 인드라망 공동체 운동.

  삼계교(三階敎) 운동의 창시자 신행(信行)은 <사분율> 중 “비구가 자신 손으로 땅을 파면 파일제(波逸提)이며, 다른 사람에게 땅을 파도록 시켜도 파일제이다”라는 구족계의 금기를 깡그리 벗어 던진다. 그는 화도사(化度寺)에 머물며, 하나의 옷을 입고 하루 한끼씩 먹은 채 노동에 종사했다. 헐벗고 굶주린 자를 위한 무진장원(無盡藏院)을 세웠다. 그리고 600년, 신라 원광(圓光)은 중국 삼계교에 대한 금단의 칙령에 귀국길에 오르며, 신라에 점찰보(占察寶)를 세운 채 빈민을 구제한다.

  금전으로 인한 타락과 부패의 상황하에, 중국 삼무일종(三武一宗)의 박해 속에 자급자족을 바탕한 선종(禪宗)만이 살아남았던 역사를 돌이키는 속에, 구한말 용성스님의 대각교사상도 신행의 삼계교운동과 관련을 맺는다.

  지난 여름 남원 실상사를 찾아 시골마을의 조용한 변화 기운을 몸으로 느꼈다. ‘생명평화 탁발순례’길 도법스님을 보며, 그것은 속칭 동량이 아니요, ‘땡땡이’ 아닌 ‘용마루 대들보의 동량승’임을 내심 보았다.

 [불교신문 2565호/ 10월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