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지난 삶의 여정을 회상해 본다는 것은
   현재의 가슴에 또 다른 분출구를 열게 해 주지만,
   그저 길을 가는 사람에게는 또 다른 이유를 물을 필요가 없다.
   하나의 길이 만 갈래 길이라면,
   그 하나의 길속에서 영원을 몽상할 것이기에    

  I. 몇 개쯤인가의 징검다리를 건너
  언제나 하나의 옷을 바꿔 입을 순간의 상념만을 그려왔던 나날들.  순리적 절차에 따른 검은 옷과 수인의 푸른 제복을 벗어버리고 이제는 그리도 좋아했던 색깔을, 회색을 온몸에 걸치었다.  이제 상당한 시간도 흘렀고, 그 흐름조차도 인식되지 않는 것은 섣부른 설복(說伏)의 다가옴인가.
  아직은 빛과 어둠이 하나일 수 없다.  그리하여 냇가에 선 나는 또 다른 발견에 몰두한다.  
  온종일 쏟아져 내리는 한가함의 여울들.  반짝이는 햇빛 줄기들과 더불어 상념은 포근함으로 다가오고, 이내 포만감에 휩싸인다.  물줄기와 계곡, 작은 폭포수의 굉음들에 앗겨 가는 사념들.  그리하여 생겨오는 마음의 청정함    
  이제 몇 개쯤인가의 징검다리를 건너 자그마한 바위에 걸터앉게 되자 들려오는 물줄기 흐름의 단순성은 마음의 침잠함까지를 이끌어 주기도 한다.  그 속에 투사되는 외부로의 시각들, 시선의 마주침이 외부 사물에 이를 지라도 그곳에는 어떤 긴장감도 생겨나지 않는다.  거기에 어색함은 결코 존재해 있지도 않는다.
  이렇듯 자연(自然)과 더불어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의미.  '더불다'라는 의미조차를 넘어 자연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  그 속에 존재(存在)와 형태(形態)를 준비하는 것이란 무엇을 말하게 되는 것인가.
  과연 우리는 가는 도중에 있게 되는가.
  그러나 아니다.  시시 각각의 삶만이 우리들 행위 도처에 흔적을 남길 뿐, 우리는 그저 그 삶을 느끼고 있는 자체를 삶이라 말할 수 있기도 하는 때문이다.
  그리하여 더 이상의 준비적 작업이 되어질 수 없는 삶의 현전(現前)과 순간들의 영속성(永續性).  차라리 이러한 사실을 놓고서 우리들 삶이란 장엄한 것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리.

  II. 메아리쳤던 젊은 가슴으로
  현재의 공동적 삶 속에서조차 주체적 미래를 찾아 나선다는 것이 역사(歷史)와 마주한 개개인의 책무라 말할 수 있다면, 역사의 시간적 연속성을 살아가는 채 모든 순간은 삶의 진실한 현실로서 드러나야 할 것이다.
  또한 현상(現象)과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그 현상 자체를 철저히 분석해 볼 일이며, 그에 따른 추론은 언제나 사고(思考)에로 환원되어야 할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어색한 몸짓이란 더 이상의 답변을 간직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III. 이제 어느덧
  이제 어느덧 중[僧]이 되어 있고, 이후 기쁨도 슬픔마저도 존재치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