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각스님 · 원각사 주지

  I. 영적(靈的) 빛으로 충만된 도시, 바라나시
  이곳 도시의 명칭 바라나시(Varanasi)는 이 지역 가장자리를 흐르고 있는 강(江), 바루나(Varuna)강과 아씨(Asi)강 사이에 도시가 위치했기에 불려졌던 이름(varuna+asi=varunasi)으로 이것은 후에 Banaras라는 영어식 표기로, 그리고 Varanasi라는 이름으로서 와전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곳 바라나시(Varanasi)의 명칭은 카시(Kashi)라 불리움이 더욱 적절한 것이 되어질 것이다.  '영적(靈的) 빛으로 충만된 도시', 카시(Khasi)!  강가강(江;갠지스강)의 원류 강고트리(Gangotri)를 거쳐 이곳 바라나시로 흘러든 강물은 다름 아닌 천계(天界)의 흐름으로서, 또한 끝없는 시(時) 공(空) 속에 존재하는 쉬바(Shiva) 신(神)의 자비가 머무는 지상의 흐름이 되기도 하는 때문이다.

  II. 강가강(江)에 얽힌 힌두 신화
  이에 우리는 강가강(江)에 얽힌 힌두 신화의 내용을 좀더 알아보아야 할 것인데, 그것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한때 익쉬바쿠 왕조의 통치자 사가라(Sagara)는 5만 명의 사악한 아들들을 거느리고 있었는데, 그들은 끊임없이 하늘의 천신들과 선인(수행자)들을 괴롭히곤 하였다.  그때 어느 땐가 사가라는 자신의 위대함을 만방에 떨쳐 보이고자 '야그나 의식(Yagna;말[馬] 희생의식)'을 거행하였다.  당시의 풍습으로 세계를 지배코자 하는 왕은 말에 화려한 장식을 하고서 그 말을 제멋대로 풀어주는 관습이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의 나아감을 멈추게 하는 자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적으로 간주되었으며, 그 말을 뒤쫓는 병사들에 의해 가차없이 공격을 당하게 되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자 사가라와 그의 점차 커지는 권력에 천상의 왕위를 잃어버릴 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 인드라(Indra)는 그 말을 훔쳐 카필라 선인(仙人)이 살고 있는 움막 곁에 그 말을 매어 놓았다.  예상했던 바와 같이 사가라의 아들들은 카필라 선인이 그 말을 훔친 것으로 생각했고, 선인을 공격코자 하였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오랜 수행으로 인해 엄청난 힘을 가진 선인은 그의 화난 눈을 열어 그들 모두를 죽여버리게 된다.
  오래도록 그의 아들들이 돌아오지 않음을 이상히 여긴 사가라는 그의 손자 암슈만(Amshman)을 불러 말했다.  "네가 가서 삼촌들을 찾아보도록 해라."  이윽고 길을 떠난 암슈만은 카필라 선인의 수행처에서 말을 발견하였고, 삼촌들 모두가 죽어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그때 그 젊은 왕자에게 호감을 가진 선인은 다음과 같이 말해 주었다.  "오직 신성한 하늘의 강, 강가(Ganga)에 그 죄를 씻는 것만이 그들을 되살려 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강가강의 흐름을 하늘로부터 돌이켜 지상으로 끌어내려야 하는 일이었다.  사가라와 암슈만은 그들 모든 노력을 기울였으나 그 일에 실패하였고, 암슈만의 아들 디리파(Dilipa)는 그의 아들 바기라타(Bhagiratha)를 시켜 이 일을 수행토록 하였다.
  이윽고 디리파의 아들 바기라타는 창조주 브라흐마(Brahma)가 그 앞에 모습을 나타낼 때까지 극심한 고행을 계속하였다.  그러자 그의 고행에 만족한 브라흐마가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말했다.  "나는 이미 너의 고행에 만족하였다.  그러므로 강가(Ganga;강가 여신)를 지상으로 보내 네 선조들을 되살려 주도록 하마.  그러나 쉬바 신께서 그 강의 흐름을 약하게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 땅 모두가 씻겨져 버릴 지 모를 일이니    "
  이에 바기라타는 쉬바 신의 마음을 흡족히 하기 위해 더욱 극심한 고행을 하였고, 강가 여신이 이곳 지상에 내려올 때 그 기운찬 강가의 힘을 약화시켜 줄 것이라는 확답을 얻는다.  강가 여신이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동안 쉬바 신은 그의 헝클어진 머리털로 거친 강가의 물결을 받아 주었고, 엄청난 파괴력을 잃은 강가는 이곳 지상 위를 흘러 땅 밑 세계에 이르기까지, 마침내 바기라타의 선조들의 주검들 위로까지 흘러 그들 모두의 생명을 되찾게 해준다.

  이렇듯 신화와 더불어 죽은 이의 생명을 부활시키는 힘을 갖는다는 이곳 강가강(江).  이곳 강가강(갠지스강) 성스러운 물에 몸을 담그면 자신의 모든 죄 씻겨지고, 여기서 죽어 그 재를 강가강에 흘러보내면 끝없는 윤회로부터의 해탈을 얻는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리하여 매년 100만 명 이상의 '죽음을 위한 순례자'들이 모여드는 이곳 바라나시(Varanasi)야 말로 실로 장구한 강가강의 흐름과 함께 영적(靈的)인 빛으로 휩싸여진 도시, 카시(Kashi)라 불려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III. 갠지스강 소묘(素描)
  아, 6000년의 역사를 가진 고대 힌두도시 바라나시(Varanasi), 그리고 바라나시의 수호신 쉬바(Shiva)를 되뇌며 이곳 바라나시를 찾는 힌두교 신자들.  그들 삶의 황혼 녘, 죽음의 희미한 그림자가 그들 육체를 찾아들 무렵이면 누구나 할 것 없이 끝없는 윤회의 속박을 피해 무한한 시간 속의 자유를 누리고자 이곳 바라나시, 화장장(火葬場)의 도시에로 발걸음을 옮기게 될 것이다.  그러면 아, 어느 무엇으로도 셀 수 없는 끝없는 시간 속에서 이 강가강이야말로 그들 영혼의 구원을 위해 불태워진 육체의 잔여물, 재(유해)를 싣고 흘러 이생에서 행한 바 자신들 죄악을 말끔히 씻어 흘러갈 것인가!
  아, 새벽녘의 갠지스강에 이르면 우리는 죽음과 더불어 삶을 만나게 된다.  먼동 터 오르는 강가강 성스러운 물에 목욕하고 그 물 받아 마시며 태양 향해 만트라(Mantra;주문) 되뇌는 살아있는 사람들 안에서는 죽음을, 그리고 이미 죽어 태워진 시체들 하나 둘 띄워 흘러가는 갠지스강 화장장에서 우리는 또 다른 신비의 삶을 맛보게도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죽음과 삶이 공존하는 곳, 바라나시.  이곳 갠지스강에 이르면 이미 죽음은 죽음이고 삶은 삶이되, 삶은 또 다른 죽음이 되어 끝없는 순환의 질서를 맴돌게 된다.
  아 갠지스강 저편을 흘러가는 작은 조각배, 그리고 형언할 수 없는 신비 싣고 흐르는 강물.  그 강물 하나의 흐름 되어 또 다른 흐름과 만나면 우리의 시간도 끝없이 흘러 영원의 시간 속에 함몰되어질 것이다.  아, 어쩌면 단조로움이란 영원(永遠)과 통하는 것일런 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이렇듯 끝없는 장겁(長劫)의 시간을 흐르는 강물, 이곳 강가 강 단조로운 흐름은 순환의 영속성 되어 또다시 오늘의 흐름과도 만난다.  순간은 영원으로 통하고 현재는 과거 또한 미래와도 이어져, 영원은 현재의 시각 속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리하여 영원은 순간 속에 존재하고, 그 주어진 찰나적 삶을 영원성 속에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있는 인도인들이야말로 '사바세계를 노니는 끝없는 유영자(遊泳者)'라 말할 수 있을 것인가?

  IV. 그들에게 시간(時間)이란 무엇인가
  아, 우리는 곳곳에서 인도인들 특유의 시간관(時間觀)을 발견하게 된다.  그들에게 있어 시간(時間)이란 무엇인가.  인도의 고대 철학서 {아따르바 베다(Atharva-Veda)}에 의하면, 시간(Kala)이란 '만유(萬有)의 근원으로 만유를 창출하고, 지배하고 함포해 가지는 원리(존재자)'로서 설명되고 있으며, 바이쉐시카(Vaisesika) 철학이거나 니칸트하 나따뿟따(Nigantha Nataputta;쟈이나교의 창시자 마하 비라) 등도 시간을 '실재원리'로서 상정하고 있는 한편, 불교의 {구사론(俱舍論)}에서는 '물질도 정신도 마음의 작용도 아니면서 그들과 관계를 맺는 가유(假有)의 원리'로서 그것을 설명하고 있다.
  아, 그러나 일상의 삶과 관련된 삶의 규준(規準)으로서의 시간성을 살펴보고자 하는 우리는 이렇듯 '존재적 시간관'을 들어 말할 필요는 없다.  현상 이전으로 돌이켜, 그들 인도인 일상의 마음속에 존재했던 시간의 관념을 생각해 보면 되는 것이다.  자, 여기서 우리는 그들 시간관(時間觀)에 대한 두 가지 측면을 들어 말할 수 있게 된다.  그 하나는 '환상적 시간관'이며, 또 하나는 '종교적 환적(環的) 시간관'이 그것이다.

  1) 환상적 시간관
  우리는 겁(劫)이거나 찰나(刹那)라는 용어적 표현을 통하여 환상적 시간관을 살고 있는 인도인들을 발견한다.  그렇다면 겁(劫;Kalpa)이란 무엇인가?  겁(劫)이란 Kalpa의 음역(音譯) 겁파(劫波)가 줄어서 된 말로, 의역하면 대시(大時)가 된다.  그렇다면 겁(劫)의 시간적 길이는 얼마나 되는가.  힌두교 신화에 따르면 겁(劫)이란 '창조신 브라흐마(Brahma)의 하루'를 말하며, 1,000의 마하 유가(Maha-yugas) 또는 인간의 햇수로서 4,320,000,000년의 기간을 말하고 있다.  또한 찰나(刹那;Ksana)란 무엇인가.  찰나(刹那)란 Ksana의 음역으로, 의역하면 염경(念頃;한 생각을 일으키는 순간)이라 표현되며, 그 찰나의 길이는 {구사론(俱舍論)}의 설명에 의하면 75분의 1초, 즉 0.013초에 해당하는 기간을 말한다.
  사십 삼 억 이천만 년(年)과 0.013초(秒).  이렇듯 영겁이 아니면 찰나의 순간을 추구하려 했던 인도인들의 사유 경향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할 수 있는가.  이렇듯 환상적 숫자를 좋아하는 인도인들, 그들의 현실이 너무도 가혹하고 비참하여 그들은 차라리 환상을 택하여 살게 된 것이었는가?  아니면 너무도 일찍부터 신(神)들의 비밀에 접근해 들어갔던 것일까?  여하튼 금세의 사상가 로망 롤랑(Roman Laurant)은 그의 {인도기행}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인간이 꿈을 꾸기 시작한 첫날부터 모든 꿈이 나타난 곳이 있다면, 그곳은 바로 인도이다"라고.  곧 환상의 날개로서 무한한 공간을 비상(飛翔)하는 인도적 사유의 특징을 잘 설명한 말이 되어질 것이다.

  2) 종교적 환적 시간관
  한편 우리는 종교적 환적(環的) 시간관에 대해서도 알아보아야 할 것이다.  이에 우리는 아주 쉬운 용어상의 예를 들어 보이기로 하겠는데, 그것은 현재 사용되고 있는 인도의 공용어 힌디어의 시제상(時制上) 용법에서 쉽게 드러나고 있다.  직접적으로 말해 보자면, 힌디어에서 오늘은 aj(아-즈)라 하고, 내일은 kal(깔), 그리고 모레는 parson(빠르송)이라 표현한다.  또한 과거 시제로서 오늘은 aj(아-즈), 어제는 kal(깔), 그제는 parson(빠르송)이 된다.  오늘을 기준으로 하루 전날도 kal이요, 하루 다음날도 kal이다.  여기에는 도대체 시간의 진행관념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저 오늘을 중심으로 한 동심원(同心圓)만을 그을 뿐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그들 가슴속에 내재해 있는 환적(環的) 시간관의 일면을 엿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것이 어떻게 종교적 관념과 연결되게 될 것인가.

  3) 마야에 얽힌 설화
  이를 위해 우리는 힌두 사상의 핵심인 마야(Maya)의 개념을 들어 보일 필요가 있게 되는데, 이것은 앞서 언급한 유가(Yuga)의 개념과도 다소 중복되는 점이 있기도 하다.  자, 이제 마야의 개념을 설명키 위해 우리는 길다란 설화를 한편 인용해야 할 것인데, 다음의 이야기는 4세기경에 편찬된 [맛시야 뿌라나(Matsya Purana)]의 이야기로서 하인리히 짐머(Heinrich Zimmer)의 저서 Myths and Symbols in Indian Art and Civilization 중 [The Waters of Existence] 부분을 간략한 것이다.

  아주 오랜 옛날 카마다마나(Kamadamana)라 불리는 왕자가 살았는데, 그는 결혼도 하지 않은 채 아주 엄격한 금욕생활을 실천하곤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부모들의 한결같은 결혼 강요에 그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하게 된다.
     
  "사랑하는 부모님, 저는 인생을 수천 번 경험하였습니다.  한때는 풀로서, 떨기나무로서, 그리고 가축과 맹수들 틈에서 생활하기도 하였습니다.  수백 번 저는 바라문이기도 하였고, 여자로 태어나기도 하였으며, 불사의 신들 틈에서조차 살기도 하였습니다.  강물의 요정이기도 하였고, 악마 - 뱀 중의 왕이기도 하였었지만, 우주가 신(神)의 무형적 본질 가운데 재 흡수되기 위해 용해될 때마다 저 역시 소멸하였습니다.  그리고 우주가 다시 전개될 때 저 역시 존재 속으로 다시 들어와 또 다른 계열의 환생을 맞아 살아왔습니다.  다시, 또 다시, 존재적 망상의 희생이 되어 내내 처를 취하였습니다.  이제 제가 지난번 화신하여 사는 동안 제게 일어났던 어떤 일을 소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생존기간에 있어 저는 숫타빠스(Sutapas)라는 고행자였으며, 저의 훌륭한 금욕생활로서 우주의 주인 비슈누 신의 은총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비슈누 신께서 천상의 새 가루다(Garuda) 위에 앉아 모습을 나타내시며 내 모든 소원을 들어주시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괜찮으시다면 당신의 마야(Maya)를 이해하도록 해 주십시오.  그것이 제가 벗어나고 싶고 초탈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러자 신께서는 아무도 마야의 비밀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씀하시며, 나라다(Narada)라 불리는 오랜 옛날의 선지자 이야기를 들려 주셨습니다.  그는 브라흐마 신의 직계자손으로 비슈누 신께 귀의하는 열렬한 신앙을 가졌었고, 그래서 신께서는 저에게와 마찬가지로 나라다에게 나타나 소원을 들어주겠노라 하자, 그 역시 저와 마찬가지로 마야를 이해토록 해 달라고 청하였답니다.  그가 계속 고집을 부렸으므로 비슈누 신께서는 말씀하셨답니다.  '저편에 있는 물로 뛰어들도록 하라.  그러면 나의 마야를 체험하게 될 것이다.'  그러자 이내 나라다는 연못에 뛰어들었고, 한 소녀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답니다.
  나라다는 바라나시 왕의 딸 수실라(Sushila)가 되어 뭍으로 걸어 나왔답니다.  그녀가 나이가 들자 왕은 이웃의 왕 비달바의 아들과 결혼시켰고, 한 선지자이자 고행자는 한 소녀의 모습을 하고서 사랑의 기쁨을 만끽하였답니다.  오래지 않아 수실라의 남편은 왕위를 계승하였고, 그러나 시간이 지나 수실라의 남편과 그녀 아버지 사이에 반목이 생겨 그것은 전쟁으로 발전하였고, 단 한번의 전투에서 그녀는 아들과 손자들, 그녀 아버지와 남편 모두를 잃게 되었답니다.
  크나큰 슬픔에 잠긴 그녀는 전장터로 나아가 장례용 장작더미를 쌓고 그녀의 모든 친족들, 자식들, 그녀 남편과 아버지의 시체를 나란히 뉘여 불을 당긴 후 요란한 화염 속에 그녀 역시 뛰어들었답니다.  화염이 이내 가라앉고 열기가 식고 맑아지자 장작더미는 변하여 연못이 되었답니다.  수실라는 물 한가운데 있는 자기 자신을 발견하였지만, 그것은 수실라의 모습으로서가 아닌 성자 나라다의 모습을 한 자기 자신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성자의 손을 붙들고 비슈누 신께서는 그를 연못으로부터 이끌어 내셨답니다.  그리고는 나라다를 향해 말씀하셨답니다.
  '네가 그다지도 죽음을 슬퍼했던 아들이며 남편, 아버지는 누구인가?'  나라다는 혼미하고 부끄러워 말을 열지 못했답니다.  이에 신께서는 계속 말씀하시길, '이것이 바로 애처롭고 음침하고 저주스러운 나의 마야의 모습이다.  연꽃에서 탄생한 브라흐마도 어떤 여타의 신들도, 인드라도, 쉬바 조차도 그것의 밑 빠진 깊이를 잴 수 없다.  그런데 네가 어떻게 이 불가사의한 것을 알려고 하느냐?'
  이어 나라다는 완전한 신앙과 헌신을 허락 받게 될 것과 미래의 모든 시간 동안 이 체험을 기억토록 은총을 기원하였고, 비슈누는 그 경건한 소망을 허락하신 후 모습을 감추어 은하수 저편 신성한 그의 우주적 처소로 돌아가셨답니다."

  "고행자 숫타파스, 곧 저의 화신으로부터 물러가시기 전에 비슈누 신께서는 마찬가지로 말씀하셨습니다.  '나의 마야의 종지는 불가사의하며 알 수 없다는 것을 네게 가르치려고 이 이야기를 네게 하였느니라.  만약 너 역시 그렇게 되기를 갈망한다면 너 또한 물 속으로 뛰어들어야 할 것이며, 그렇게 하면 이것이 어떤 일인지 알게 될 것이다'라고.  물론 고행자 숫타파스, 곧 저는 물 속에 뛰어들었고, 마찬가지로 한 소녀로서 태어났으며, 이런 까닭에 다른 인생의 구조 속에 다시금 휩쓸리게 되었답니다."

  이처럼의 긴 언급을 통하여 우리는 마야(Maya)의 성격을 다소나마 엿볼 수 있겠는가?  그리고 환적(環的) 종교적 시간관의 관념은?  여하튼 위의 신화를 통해 엿볼 수 있는 바 '물로 뛰어든다는 것'은 마야의 신비를 탐구하는 것, 인생의 궁극적 비밀을 추구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럼에도 우리가 물 속에 뛰어들게 될 때 모든 존재적 국면은 무형의 에너지 속으로 되돌려져 버린다.  그리고는 마침내 또 다른 존재적 구조 속에서 또다시 삶을 경험하게 된다.  이렇듯 끝없는 재생의 순환(Samsara), 이 끝없는 순환 속에서 인도인들은 자신 존재감을 파악하게 된다.  그들에게 이렇듯 순환의 영속성이 부여되지 않는 한에 있어 그들은 오직 찰나적 삶만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순환의 영속성이 주어져 있으므로 해서 그들은 무한한 시간 속에 존재하는 자신의 실재감을 맛본다.  그리고 이런 방식으로 이해되고 경험될 때에야 비로소 우리는 세계 속에서의 마야(Maya)의 성격을 인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듯 마야의 성격, 이것은 실로 환상이면서도 동시에 종교를 담아 가지게 된다.  그리하여 이처럼 무수한 순환 속에서 끝없는 존재감을 느끼게 되는 이곳 인도인들이야말로 종교적 환적(環的) 시간관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아, 우리는 순간과 영원을 어떻게 구분하는가.  우리에게 영원(永遠)은 있는가, 우리의 마음속에 끝없는 순환의 영속성은 주어져 있는 것일까?

  V. 새벽녘 강가강에서    
  여하튼 강가강 끝없는 흐름 흐를 때 또다시 동녘에서는 붉은 햇살 떠오른다.  강가강 단조로운 흐름과 함께 곳곳의 사원에서 둔탁한 경쇠(磬쇠)의 울림 메아리치고, 길 녘에 밤 지새우던 강아지며 사람들 잠에서 부시시 깨면 아, 이렇듯 하여 이곳 바라나시의 아침은 시작된다.  아니, 인도 전역이 일깨워지는 것이다.
  그리고 아, 아침이면 언제나 강 녘 언덕이거나 보리수나무 밑, 행길가에서 까지도 우리는 옆에 작은 물병 끼고서 아침일 보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쇠똥 주워 말려 그들의 식사, 난(밀 반대기)을 굽고 있는 인도의 아낙네들.  허기진 개들은 길옆 쓰레기더미거나 강가강 화장터를 찾아 타다 남은 시체들 부스러기를 찾을 때, 아 이렇게 하여 우리들 상념의 터, 인도의 하루는 시작된다.  이어 우리의 시간도 흐르게 되는 것이다.
  언제나 시간은 무한한 신비를 담아 갖는다.  그 무한한 신비 싣고 시간은 흘러 은하수 저 켠 자신의 집을 찾을 때, 아 우리에게도 황혼은 다가온다.  오늘의 마침이며 우리들 삶의 종말.  아 그럼에도 나그네는 영원한 길을 걷는다.  그 길은 끝이 없다.  끝은 언제나 또 다른 시작이 되어 흐른다.  한 조각 구름 흘러 소나기 나려 냇물 타고 바다에 이르듯    

  VI.
  이제 우기(雨期)도 지나가 버린 인도의 넓은 땅, 지방 곳곳의 나무들에서는 드문드문 빛 바랜 나뭇잎들이 떨어지고 오후 녘 뜨거운 30도 정도의 열기도 한밤이면 이불을 덮고 잘 정도의 차가움으로 변해 바야흐르 이곳 인도에도 가을이 찾아들고 있습니다.  환절기라 그런지 주변의 수많은 인도인들이며 이곳에 머무는 학생들 역시 감기와 약간의 몸살을 앓고 있으나, 저는 별 탈없이 하루를 지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름철 뜨거운 열기에 맥풀린 생활을 하던 게 타성화 되어, 좀처럼 책상에 앉아 공부하기가 힘들어집니다.  
  요즘은 궁리 끝에 공부를 겸해 좋은 책 한 권을 번역해 볼까 하는 요량으로 하인리히 짐머(Heinrich Zimmer)의 The Art of Indian Asia라는 책을 꺼내 들었습니다.  인도 종교에 관심이 많은 저로서는 아주 좋은 책이라 생각됩니다만, 1000페이지가 넘어서는 방대한 책이라 어느 정도 기간이 걸릴까 추측하기도 어렵습니다. 
  이제 한국은 완연한 가을빛이 대지를 뒤덮고 있겠지요.  그리고 단풍진 산사(山寺)며, 투명하고 맑게 흐르는 깊은 산 시냇물.  아 십여 년 전 어느 날, 어떤 특별한 목적도 없는 채 기차 타고 한적한 시골 강촌(江村)역에 내려 흐르는 강물을 아무 생각도 없이 바라보던 때가 생각납니다.  아, 그 깊은 가을날에는 언젠가 하루쯤 시간을 내어 한적한 장소를 찾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그리고 흐르는 강물, 냇물 보며 아무 생각도 없이 앉아 있을 수 있다면    
  
                                    인도의 까르티까月(8월) 첫째날,
                                              '91년  10월  23일.
                                               Varanasi에서 正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