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수고가 많았으리라 믿으오.  도달할 수 없는 미완(未完) 속에서도 구제를 기대할 수 있다는 고집으로 지탱을 해 가는 사실은 내가 열망하는 것이 아니었오.  

  과연 만나야 하는 것인가?  사념의 그늘을 불태우고 피해가야 하는 순리를 합리화 시켜가야 하는 것인가?  

  도중으로,
  지혜로는 감히 건너지 못할 
  각(覺)의 영역이 몽상으로 떨어진다

  그것은 맑고 조금도 혼탁하지 않은 물을 담은,
  그윽한 산 속의 호수에 비유할 수 있는
  이 언덕[此岸]에 서 있는 사람은 진주나 기타의 각양각색의 조개나 작은 돌, 고기의 무리들을 볼 수 있는 정상적인 사람이 될 수 없었던 것을    
  
  그러나 병인(病因)을 짐승처럼 쏟아내며
  가는 도중에 할 수 있는 배리적인 언어의 투쟁일 지도 모를 일이다

  II.
  너무 가혹하다
  외치는 자만이 소리하고 있다
  구속의 등은 일제히 불을 켜고, 일순 난무하는 소멸
  환잡하는 광분(狂奔)이 소나기처럼 퍼부어 댄다
  여러 해 이루지 못한 잠
  불면증이 내게 와 있다
  불면(不眠)은 불사조로 기세가 높아만 가고
  지조(志操)는 천증(天憎)을 삼키는 거대함으로 있다
  그 후로
  순금처럼 타오르는 병인(病因)이 영어(囹圄)의 몸으로 붙어
  공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대견스러운 일인 것이다

  순간, 광명처럼 이는 神의 음성이
  나를 스치어가고 있어야 하는 것인가가
  의혹 되어지는 것이다

  III.
  한 인간(人間)
  증오와 욕심으로 광분코 있는 
  애증자(愛憎者).
  + + + + + + + + + + + + + + 수십의
  묘비명을 누가 기록 맡겠는가?

  대지도 없고 물도 없고, 공기도 없고 빛도 없고, 무한한 공간도 무한한 이성도 없고, '무엇인가'라고 말할 만한 아무 것도 없고, 표상(表象)을 지양하는 것도 표상이 아닌 것을 지양하는 것도 없는 그러한 하나의 존재처가 있다.  그곳은 이 세계도 아니고 다른 세계도 아니며, 달과 해의 세계도 아니다.  근저(根底)도 없고 진행도 없고 정지도 없는 것이 고(苦)의 종말이다.
  하나의 존재처가 있다.  나는 이것을 간다거나 온다거나, 머문다거나 죽는다거나, 태어난다거나라고 이름짓지 않는다.  밑바닥도 없고 지주(支柱)도 없다.  그것이 고(苦)의 종말이다.
  
  집착 없는 곳에 동요(動搖)는 없다.  동요 없는 곳에는 정적(靜寂)이 있다.  정적이 있는 곳에 욕망은 없다.  욕망 없는 곳에 가고 옴이 없다.  거기에는 죽음도 없고 태어남도 없다.  차안(此岸)도 아니며 피안(彼岸)도 아니고, 그리고 또 그 사이도 아니다.  그것이 고(苦)의 종말이다.

  IV.
  죄스럽습니다.  자주 드리지 못하는 글이 난잡함과 비리함에 도리어 해가 되지나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흔들리는 나날을 지탱하려고 발악하다 보면, 생각하는 그 자체로 당신의 이미지를 잃어버리곤 합니다.

  오로지, 매어진 이 상태를 만족하려 합니다.
  즐겁지 않은 것이 더 큰 기쁨일 지도 모르는 일에 익숙해 하려 합니다.
  정돈되지 않은 이 상황을 어서 탈출하고 싶습니다.  언제가 될까요?

  V.
  아, 이렇듯 젊은 날 나의 상념의 울타리를 형성케 한 그 사색의 에필로그(epilog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