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각 / 중앙승가대학교 교수, KCRP 종교간대화위원장

1. 코로나19와 팬데믹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湖北省) 우한(武漢)시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COVID-19)가 처음 확인되었다. 2020년 1월 춘절(春節)을 기점으로 중국 각 지역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었으며, 당시 환자를 돌보던 우한시 중심병원 의사 리원량(李文亮)이 확진 판정을 받고 치료 중, 병세가 악화되어 2월 7일 오전에 사망하였다.

1월 23일 발표된 게놈(Genome) 분석에 따르면 이 바이러스는 2003년 유행한 사스(SARS, 중증호흡기증후군)와 같은 종류로, 박쥐에서 발견된 코로나 바이러스와 거의 일치한다는 논문이 발표되었고, 언론을 통해 박쥐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었다.

1월 30일 WHO(국제보건기구)에서는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포했으며, 3월 11일에는 역사상 세 번째로 전염병 경보 단계 중 최고 6단계에 해당하는 ‘감염병의 세계 유행’, 즉 팬데믹(pandemic)을 선언하였다. pandemic이란 그리스어 pan(πᾶν, 모든)과 demos(δῆμος, 사람들)이 결합된 말로, <모든 사람들>이 감염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국제 통계에 따르면 2020년 12월 6일 기준으로 전 세계에 6,695만 명 이상의 확진자와 153만 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왔으며, 미국의 경우 누적 사망자가 29만명에 이르고, 현재 지구 인구 중 9초에 1명 꼴로 사망에 이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2. 소금의 짠맛을 잃은 종교

확산 초기 단계에 몇몇 외국 도시에 봉쇄령이 내려졌고 각 국가의 국경이 점차 폐쇄되자, 해외 거주민들은 속속 감염을 피해 각 정부에서 마련한 특별 항공기를 타고 자국으로 탈출하였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났다. 2020년 1월 20일, 중국 우한시 거주 여성이 인천 국제공항 입국장에서 고열 증상을 보인 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로 확인되면서, 국내에 첫 감염자가 발생하였다.

이후 1월 30일, 중국 우한시에 머물던 교민 약 720명이 전세기 편으로 김포공항에 입국했으며, 전세계에 머물던 교민들이 공항을 통해 속속 입국하면서 점차 국내 감염자가 확산되었다. 2월 19일부터는 신천지 대구교회 참석자로 말미암아 2월 23일 602명이 확진되었고, 유치원과 초중고 등의 개학이 미뤄지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2월 20일 조계종 사찰에서는 법회 중단을 선언하였고, 4월 30일로 예정된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을 5월말로 연기했으며, 국가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연등회’ 행사마저 취소하였다. 그리고 2월 26일 천주교에서는 역사상 처음으로 미사 중단이라는 조치를 취하였다.

3월, 신천지 교회 확진자가 2,300명이 넘어서는 가운데 ‘코로나와의 전쟁’이란 말이 생겨났고, 방역에 힘쓴 ‘코로나 영웅’이란 말이 생겨났다. ‘신천지와의 전면전’이란 말이 확산되는 가운데 신천지의 사단법인 취소 절차에 들어가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연이어 구로구 콜센터, 이태원클럽 등과 함께, 소규모 교회를 중심으로 코로나가 확산되었다.

이후 소규모 교회를 중심으로 확산이 연일 보도되는 가운데 다단계 사업장과 관련된 기쁨 153교회 목사의 확진 보도는 ‘다단계 – 목사’라는 연결고리로 인해 교회에 대한 불신이 생겨나는 기폭제가 되었으며, ‘소금의 짠맛’을 상징하던 종교에 대한 불신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3. 정치와 종교

이후 신천지 집단에 대한 야당 대표의 침묵, 특히 종교 편향론자로 알려진 야당 대표와 사랑제일교회 목사와의 결합은 정치와 종교의 야합이란 위험과 함께, 코로나 3차 유행을 유발하는 동기가 되었다. 이와 함께 사회의 이슈로 등장한 현장예배와 비대면 예배 논란은 세속화의 관점에서 종교를 바라보는 또다른 요인을 제공하였다. 방역당국의 ‘집합금지 명령’과 ‘현장예배’의 갈등 속에, “예배를 통해 영적 힘을 공급받아야 한다”는 성전예배 사수의 주장은, ‘현장예배 = 헌금’이란 반대론자의 등식과 괴리감을 형성한 채 종교의 세속화를 공격하는 빌미가 되기도 하였다.

이렇듯 정치와 종교의 야합, 현장예배와 헌금 등이 이슈화되는 속에서 최근 기독교인에 의한 남양주 수진사 사찰 방화사건이 생겨났다.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자신의 종교를 배타적으로 앞세운 독선과 오만이 이웃의 생각과 신앙을 혐오하는 끔찍한 테러 행위로 표출되고 있다”면서 “종교간 평화 없이 세계 평화는 없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최근 차별금지법 제정에 나선 정부 및 국회의원을 향해 제정 반대 및 법안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가 기독교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다.

4. 인류 공동의 지구윤리를 찾아

유럽 전체인구의 ⅓에 해당하는 2,500만 명이 사망에 이른, 흑사병이 휩쓸고 간 14세기 유럽에는 많은 변화가 생겨났다. 질병 앞에 무기력했던 종교는 로마 교황의 권위 상실을 초래했고, 이후 종교개혁 등 문화의 대전환을 초래했다. 흑사병으로 인한 급격한 인구감소와 인건비 상승은 봉건제도의 몰락과 함께 민족국가의 탄생 등 사회적 변화를 가져오기도 하였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 재택근무가 일상화되고, 각종 학교에서의 비대면 강의가 일상화되는 속에서, 코로나 청정국이라 일컬어졌던 한국에서도 549명의 사망자가 발생하였다. 서민경제의 붕괴 조짐이 보이는 현실 속에서 생겨난 민중의 분노는 사회적 희생양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임계점에 도달할 것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종교인들은 과거 역사를 반추하는 가운데 새로운 모색을 찾아야 할 것이다. 12월 8일, 경동교회 박종화 원로목사는 '반감에서 공감으로'와 '하나님의 거리두기'란 키워드를 제시하였다. “비대면 속의 대면” 즉 내면의 신을 만난다는 말로, 이는 지양(止揚)을 통한 지향(指向)이라는 목적론적 정지를 뜻하는 말이 되기도 할 것이다.

코로나 역병 이래 BC(Before Corona)와 AD(After Disease)라는 새로운 연대기가 통용될 것이라는 말도 있다. 코로나의 현실을 기점으로 모든게 달라지리라는 예측이다. 물론 코로나 백신(vaccine)의 승인과 함께, 내년 봄부터는 현 상황이 진정되리라는 희망이 보인다. 그럼에도 한번 바뀐 비대면의 물결은 코로나가 진정된 후에도 사회적 추세로 고착되리라 예측된다. 이러한 시점에 종교인들은 1993년 ‘세계종교대회 백주년기념대회’에서 제정한 각 종교 교리를 초월한 인류 공동의 ‘지구윤리(A Global Ethic)’ 차원에서 ‘소금의 짠맛’을 되찾으려는 공동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종교와 평화, 153호, 2020. 1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