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원각사

1) 苦의 인식과 소멸

이제 필자는 '業의 청정을 통한 苦의 소멸원리'라는 副題를 가지고 根本佛敎的觀點에서 불교적 구원관을 설명키로 하겠는 바, 이렇듯 해탈과 관련된 자내증적 논의를 행함에 있어 우선 '불교적 구원'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전제로서 苦에 대한 통찰이 앞서야 할 것이다.
  이에 『증일아함경』 가운데 "苦諦란 생·노·병·사의 苦와 憂悲惱苦·怨憎會苦·恩愛別離苦·欲不得苦를 말하며 이를 간략히 五盛陰苦" 18) 라 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생·노·병·사를 苦로 봄은 존재의 無常함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태어남으로부터 죽음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은 존재의 無常性을 말해 주며, 그 가운데 모든 존재는 현상적 소멸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에 붓다는 '無常한 것은 苦이다 19)'라 말한 채 무상의 苦性을 설명하며, 여기에는 현상적 구원이 요청된다.
  한편 憂悲惱苦·怨憎會苦·恩愛別離苦·欲不得苦 등은 집착을 근거로 생겨난 苦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교적 견지에서 볼 때 집착은 五蘊과의 관계 속에서 나에 대한 존재인식으로부터 출발하며, 앞에서는 이를 五盛陰苦라 표현하고 있다. 즉 생·노·병·사를 포함한 모든 苦는 色에 대한 受·想·行·識, 즉 존재 사물[色]에 대한 나의 느낌[受]과 생각[想] 작용[行] 및 식별[識]의 정신기능 등 四蘊[四陰]의 작용이 있음으로 인해 내가 존재한다는 인식, 즉 집착으로부터 생겨난 것임을 말할 수 있다. 이에 『잡아함경』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五受陰이 있다. 어떻게 다섯인가. 色受陰과 受想行識受陰이 그것이다. 만약 사문이나 바라문으로서 我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이 五受陰으로서 我를 보는 것이다. 모든 사문과 바라문들은 '色은 곧 我다. 色은 我와 다르다. 我는 色에 있고 色은 我에 있다'고 보며, '受·想·行·識이 곧 我'라고 본다. '識은 我와 다른 것으로 我는 識에 있고 識은 我에 있다'고 본다. 어리석고 무식한 범부들은 무명으로 말미암아‥‥<중략>‥‥我가 眞實이라 말한 채 버리지 않는다." 20)
  그럼에도 이러한 존재감의 인식 속에서 나[我]와 나의 것[我所]에 대한 집착과 그로 인한 무명의 번뇌가 생겨나, 이는 사성제 중 苦의 원인으로서 集諦에 대비할 수 있다.
  이에 『잡아함경』 가운데 '사문이나 바라문으로서 "我가 있다"라고 한다면 이는 색·수·상·행·식 등 五蘊으로 구성된 것을 我라 보는 것으로, 이러한 인식으로부터 생긴 무명으로 인해 愚癡無聞凡夫는 苦樂을 일으킨다 21)'고 말하며, 이 오온이 我 및 我所가 아님을 여실히 관찰함으로서 세간에 탐착하지 않으며 탐착하지 않음으로서 涅槃을 자각한 채 다음 생[後有]을 얻지 않을 것임을 말하고 있기도 하다. 22)
  이로서 볼 때 사성제 중 苦·集의 원리 가운데에는 일체개고를 바탕한 제행무상과 제법무아의 측면이 내재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이 苦는 어떻게 생겨나는 것인가? 위 경전 설명에 의할 것 같으면 나를 나로서 인식하는 존재인식으로 말미암아 無明으로 인한 고가 생겨나며, 『相應部經』에서는 탐욕에 얽매어 再生에 빠지게 하는 고의 원인으로서 渴愛를 들고 있어 23), 여기서 무명 및 그 基底로서 渴愛 등은 불교의 연기법을 설명하는 기반이 되어진다.
연기의 법칙이란 생사의 괴로움이 발생하는 원인 및 그것을 어떻게 멸할 수 있는가를 밝히는 이론이라 할 수 있다. 어의적 측면에서 연기란 '(무언가를 조건으로) 말미암아(prat tya:緣) 일어나는 것(samutp da:起)'을 뜻하고 있다. "이것이 있으므로 말미암아 저것이 있고, 이것이 생김으로 말미암아 저것이 생긴다 24)"는 원리하에 '무명으로 말미암아 行이 있고, 행으로 말미암아 識이, 식으로 말미암아 名色이, 명색으로 말미암아 六入이, 육입으로 말미암아 觸이, 촉으로 말미암아 受가, 수로 말미암아 愛가, 애로 말미암아 取가, 취로 말미암아 有가, 유로 말미암아 生이, 생을 말미암아 老·死·憂·悲·惱·苦가 생기며 모든 苦蘊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렇듯 무명 - 행 - 식 - 명색 - 육입 - 촉 - 수 - 애 - 취 - 유 - 생 - 노사의 십이연기의 고리를 상정하는 가운데 십이연기는 무명으로 인한 생사의 流轉緣起, 즉 고의 발생을 설한다.26)
  한편 '무명이 멸하면 행이 멸하고 내지 생·노·병·사·우·비·뇌·고가 멸한다 27)'라 하여 무명을 멸함으로서 고를 멸할 수 있는 還滅緣起적 측면 속에서 우리는 '고의 인식 및 소멸원리'를 발견할 수 있게 되는 즉, 이렇듯 조건과 원인에 의해 모든 것이 생멸하는 연기적 관점 속에서 苦·集聖諦 및 일체개고를 바탕으로 한 제행무상과 제법무아 등의 원리는 십이연기의 틀 속에서 해결책을 찾게 된다.
  이에 "참으로 진지하게 사유한 끝에 일체의 존재가 밝혀졌을 때 의혹은 씻은듯 사라졌다. 연기의 진리를 알았기 때문이다" 28)고 하며, '연기를 보면 진리를 본 것이요, 진리를 보면 연기를 본 것이다'라 말한 채 붓다는 해탈의 경지를 만끽한다.

18) 增一阿含經(大正藏 2, 621上)

19) 雜阿含經(大正藏 2, p. 1上)

20) 雜阿含經(大正藏 2, p. 11中) "有五受陰云何爲五色受陰受想行識受陰若諸沙門婆羅門見有我者一切皆於此五受陰見我諸沙門婆羅門見色是我色異我我在色色在我見受想行識是我識異我我在識識在我愚癡無聞凡夫以無明故見色是我異我相在言我眞實不捨"

21) 雜阿含經(大正藏 2, p. 11中) "若諸沙門婆羅門見有我者一切皆於此五受陰見我諸沙門婆羅門‥‥‥‥愚癡無聞凡夫以無明故‥‥愚癡無聞凡夫起苦樂覺"

22) 雜阿含經(大正藏 2, p. 7下) "此五受陰非我非我所如實觀察如實觀察已於諸世間都無所取無所取故無所著無所著故自覺涅槃我生已盡梵行已立所作已作自知不受後有"

23) 相應部經(南전大藏經 2, p. 53)

24) 雜阿含經(大正藏 2, p. 85中) "所謂此有故彼有此起故彼起"

25) 雜阿含經(大正藏 2, p. 69以下)

26) 무아에 대한 ①無明으로 인해 業의 원인으로서 ②行이 생기며, 행으로 인한 업력은 眼識·耳識·鼻識·舌識·身識·意識 등 대상인식으로서 ③識(六識) 및 色·聲·香·味·觸·法 등 인식 대상으로서 ④名色(六境), 그리고 眼·耳·鼻·舌·身·意 등 인식기관인 ⑤六入(六根)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또한 인식 대상으로서 名色(六境)과 인식기관(六根)이 만나 각각의 인식을 형성하는 가운데 ⑥觸이 생겨나는 바, 이에 대한 감수작용으로서 ⑦受가 생겨난다. 그 감수작용으로 인해 애착과 증오의 마음으로서 ⑧愛가 심화되며, 이에 좋은 것은 취하고 싫은 것은 버리는 습관력으로서 ⑨取가 형성된다. 이 습관력은 잠재력으로서 ⑩有로서 축적되며, 잠재된 습관력으로 인해 태어남과 함께 인식의 경험적 현상이 ⑪生하게 된다. 이렇듯 無明으로 인한 또다른 태어남 속에 우리는 ⑫老死 뿐만이 아닌, 끝없는 윤회의 苦에 잠기어 십이연기의 고리 속에 생사의 流轉을 걷는다.

27) 雜阿含經(大正藏 2, p. 67上)

28) 自說經(南傳大藏經 23, p.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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