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원각사

2) 業의 淸淨 원리

그럼에도 위 십이연기의 통찰 속에 찾아진 무명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 남는다. 이에 無明에 대한 통찰적 원리가 연기에 있다고 한다면, 그에 대한 실천 원리로서는 사성제 가운데 滅諦와 道諦를 들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삼법인 중 열반적정의 원리에 도달할 수 있는 바, 오온에 대한 集이 愛貪 등의 무명을 야기한다면 滅諦는 그로부터 벗어난 무명의 滅盡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 멸진에 이르는 길로서 道諦는 팔정도를 의미하는 바, 『잡아함경』에서는

"세존께서 라다에게 말씀하셨다‥‥<중략>‥‥무엇을 身(我의 존재를 뜻함)이 있음이라 하는가? 이른바 五受陰이니, 色受陰과 受想行識受陰이 그것이다. 무엇을 身에 集함이라 하는가? 이른바 當來의 有에 대한 愛와 貪·喜를 갖음으로서 존재 사물[彼彼]에 愛樂하는 것이니‥‥<중략>‥‥어떤 것을 身 있음의 滅이라 하는가. 이른바 當來의 有에 대한 愛와 貪·喜를 갖음으로서 존재 사물[彼彼]에 愛樂하는 것을 남김없이 끊고 뱉어 욕심을 떠나 寂에 드는 것이니‥‥<중략>‥‥어떤 것을 身 있음을 滅하는 道의 방편[跡]이라 하는가? 이른바 팔정도이니, 즉 正見·正志·正語·正業·正命·正方便·正念·正定으로, 이를 身 있음을 滅하는 道의 방편[跡]이라 한다"고 29)

하여 身이란 말로서 我를 상정한 채, 고·집·멸·도 사성제의 원리 속에 我를 멸하는 방법으로서 道諦 즉 팔정도를 들고 있다. 그리고 그 원리에 따라 수행하면 愛와 結 등에서 벗어나 마침내 苦邊 즉 해탈에 이를 수 있음 30)을 말하고 있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팔정도는 正見·正思惟(正志)·正語·正業·正命·正精進(正方便)·正念正定 등으로 말해지며, 사성제를 닦는 과정 속에 행해야 할 태도를 의미한다. 이 가운데 정사유(正志)와 정어, 정업은 身·口·意 삼업의 청정을 말한다. 즉 正語는 口으로 인한 四妙行의 제거를 전제하며, 正業은 身으로 인한 三妙行을, 그리고 正思惟(正志)는 心[意]으로서 法(存在事物을 의미)을 결택하고 관찰하는 것 31)을 의미하며, 신업과 구업은 의업이 표출인 한에 있어 정사유(正志)는 팔정도 수행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잡아함경』 가운데 '해뜨기 전에 밝음이 비치듯 고의 멸에는 먼저 正見이 나타나고, 이 정견이 정사유 내지 正定을 일으키며, 정정이 일어남으로 心解脫이 있게 된다 32)'고 하는 바, 진리를 정견하고 그에 의한 정사유 내지 正念으로서 正定을 통한 해탈을 얻을 수 있는 한에 있어 正見 내지 正定이 강조되기도 한다.
여기서 정견이란 慧解脫을 의미한다. 혜해탈이란 오온과 십이연기에 실체가 본래 없다는 것, 즉 연기를 통한 무아성을 관함으로서 지적 해탈을 얻는 것을 말하며, 이로써 말미암아 범부는 身見과 戒取(見), 疑(見) 등의 번뇌를 끊고 聖의 흐름에 들어 須陀洹果에 머물며 33), 위 세 번뇌 뿐 아니라 貪·瞋·癡三毒의 번뇌를 누그러뜨린 채 斯陀含果에 들며, 위 여섯 번뇌 중 癡를 제외한 모든 번뇌를 끊고 천상의 般涅槃에 들게 되는 不還[阿那含果]을 34), 그리고 위 일체의 여섯 번뇌를 끊고 현재의 법에서 궁극적 해탈을 이룬 阿羅漢果 등 四果를 증득하게 된다.
그럼에도 엄밀히 말한다면 위 四果는 貪·瞋·癡三毒에 대한 戒·定·慧의 三學을 통해 얻어진다고 할 수 있다. 『잡아함경』에서는 계·정·혜 삼학을 增上戒·增上意·增上慧 등으로 표기한 채 이를 통해 道果를 증득할 수 있음을 말하고 있다. 그 내용을 간략해 보면

무엇을 增上戒라 하는가? 이 비구는 戒는 완전하고 定과 慧는 적으나 작은 戒 조차도 받아 배우게 된다. 이와 같이 하여 三結을 끊고 貪·　·癡가 엷어져 斯陀含 내지 須陀洹, 또는 隨法行·隨信行을 얻으며‥‥<중략>‥‥
무엇을 增上意學이라 하는가? 이 비구는 계도 완전하고 정도 완전하나 혜가 적(은 자는)‥‥<중략>‥‥다섯 가지 결박[五下分結] 즉, 몸에 대한 삿된 소견[身見]·삿된 계율에의 집착[戒取(見)]·疑(見)·貪慾·瞋　를 끊는다. 이 다섯 가지 결박을 끊으면 中般涅槃 내지 生般涅槃·無行般涅槃·有行般涅槃·上流般涅槃을 얻는다‥‥<중략>‥‥
무엇을 增上慧學이라 하는가? 이 비구는 계가 완전하고 정이 완전하고 혜가 완전(한 자는)‥‥欲의 번뇌[有漏]·존재[有]의 번뇌·무명의 번뇌에서 心解脫을 얻고, 解脫知見함을 얻어 나의 생이 이미 다하고, 梵行은 이미 서고 할 일을 이미 마쳐 後生의 몸[後有]을 받지 않을 줄을 스스로 아나니‥‥<후략>35)

‥‥"라 하여 增上戒 즉 계를 통해 三結을 끊고 貪·瞋·癡가 엷어진 채 須陀洹 내지 斯陀含 등을 얻으며, 增上意學 즉 정을 통해 身見·戒取(見)·疑(見)·貪慾·瞋　 등 五下分結을 끊고 中般涅槃·生般涅槃·無行般涅槃·有行般涅槃·上流般涅槃 등 不還의 阿那含을 얻으며, 增上慧學 즉 혜를 통해 무명의 번뇌 가운데 心解脫과 解脫知見을 얻어 後有를 받지 않는 (아라한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음을 서술하고 있다.
불교의 총체적 수행 가운데 계·정·혜 삼학이란 상당히 중요한 측면을 차지하고 있다. 산스끄리뜨어에서 수행이란 ila로서 戒라 漢譯되며, 이는 붓다의 모범에 따른 '적합한 행위'거나 '적합한 수련'의 실행을 뜻한다 36). 한편 붓다는 생전에 '행위에 있어서의 규범적 원리'를 제정한 바 있어 그것은 산스끄리뜨어로 vinaya(漢譯에서의 律)라 불리운다. 그 어의적 뜻은 '길들임'을 의미한다고 말할 수 있어, 37) 자신을 길들이기 위해 스스로가 행하는 적합한 규범[ ila:戒] 및 원리[vinaya:律]를 통해 정업·정어·정사유로 대비될 수 있는 身·口·意三業의 허망한 열정을 가라앉힐 수 있으며,38) 마침내 pratimok a(波羅提木叉)를 성취하게 되는데 여기서 prati란 '근접한다'는 뜻의 접두사인 한에 있어, 'pratimok a란 mok a에 근접함'을 말한 채, '해탈의 또다른 표현으로서 불리워지게 된다'.39)
한편 戒란 四念處를 닦기 위한 전제가 된다. 40) 四念處란 존재 원리로서 인식되는 身·受·心·法 등에 대한 觀을 통해 '身은 不淨이며, 受는 苦이며, 心은 無常이고, 法은 無我'라 觀함으로서 常·樂·我·淨의 顚倒된 바를 단멸키 위한 수행 방법으로, 觀[定]의 41) 일종을 의미한다. 이로서 본다면 戒란 엄밀한 의미에서 定을 닦아 나가는 필요 전제로서, amatha(止:정신적 기능의 정지로서 마음이 교란되지 않는 상태)와 vipa yan (觀:사물 자체에 대한 知的 이해), anupa yan (사물의 주시에 의해 생겨나는 진리에 대한 직관) 등 定의 行法들은 해탈에 이르는 직접적 방법으로 제시되어질 수 있다고 하겠다.42) 그리고 定은 팔정도 가운데 正見의 慧解脫을 전제로, 正定의 心解脫 추구를 목표한 채 그 窮極의 끝에 수행인은 慧를 증득한 아라한의 경지에 이르게 되며,43) 해탈을 증득한 아라한의 상태를 涅槃이라 말할 수 있다.
이에 『잡아함경』에서는 "열반이란 탐욕이 永盡하고 瞋　가 영진하고 癡暗이 영진한 것이니, 일체 번뇌가 영진한 것을 열반이라 이름한다" 44)고 하며, '正見 내지 正定의 팔정도를 닦아 익힘으로서 열반에 이르를 수 있음'45)을 말하여 팔정도 수행의 궁극은 탐·진·치가 멸한 상태로서, 이는 正定을 통한 心解脫로서 완성된다고 하겠다. 그 궁극점에 도달한 수행자에게 생사의 윤회는 존재치 않는다. 즉 業의 淸淨을 통한 苦의 소멸에 이르렀다고 말할 수 있어, 이 상태를 삼법인 가운데 涅槃寂靜이라 칭하게 된다.

29) 雜阿含經(大正藏 2, p. 40上∼中) "世尊告羅陀曰‥‥何等爲有身謂五受陰色受陰受想行識受陰云何有身集謂當來有愛貪喜俱於彼彼愛樂是名有身集云何有身滅謂當有愛喜貪俱彼彼愛樂無餘斷捨吐盡離欲寂沒是名有身盡云何有身滅道跡謂八正道正見正志正語正業正命正方便正念正定是名有身滅道跡"

30) 雜阿含經(大正藏 2, p. 40中) "有身滅道跡若知若修已羅陀名斷愛離愛轉結止慢無間等究竟苦邊"

31) ①正見은 두루 가리어 가진 법을 결정하며, 두루 보고 관찰하여 환히 아는 것을 말한다. ②正志란 心[意]으로 살피어 생각할 만한 것이면 생각하고, 바랄 만한 것이면 바라는 것을 말한다. ③正語란 口의 四妙行을 除하고 다른 모든 입의 악행을 멀리 떠나고 끊어 없애어, 행하지도 않고 짓지도 않으며, 합하지도 않고 모으지도 않는 것을 말한다. ④正業이란 身의 三妙行을 除하고 다른 모든 몸의 악행을 멀리 떠나고 끊어 없애어, 행하지도 않고 짓지도 않으며, 합하지도 않고 모으지도 않는 것을 말한다. ⑤正命이란 무리하게 구하지 않고 욕심이 많아 만족할 줄 모르지 않으며, 온갖 기술과 주술의 삿된 직업으로써 생활하지 않고 다만 법으로써 구하여 쓰는 것을 말한다. ⑥正方便이란 한결같이 꾸준히 힘써 구하고 힘차게 나아가 물러나지도 않고 바르게 그 마음을 항복 받는 것을 말한다. ⑦正念이란 따르는 생각은 생각하고 향하지 않는 생각은 등지며, 두루한 생각을 생각하고 되풀이한 마음을 기억하여, 바르게 마음의 응하는 바를 잊지 않는 것을 말한다. ⑧正定이란 마음이 머무르고 선이 머무르고 순함이 머물러, 어지럽지 않고 흩어지지 않아 바른 정을 거두어 잡는 것을 말한다.
中阿含經(大正藏 1, p. 469上)

32) 雜阿含經(大正藏 2, p. 198中) "‥‥如日出前相謂明相初光如是比丘正盡苦邊究竟苦邊前相者所謂正見彼正見者能起正志正語正業正命正方便正念正定起定正受故聖弟子心正解脫貪欲瞋에愚癡‥‥"

33) 雜阿含經(大正藏 2, p. 16上) "於此法如實正慧等見三結盡斷知謂身見戒取疑比丘是名須陀洹果不墮惡道必定正趣三菩提七有天人往生然後究竟苦邊"

34) 長阿含經(大正藏 1, p. 13上)

35) 雜阿含經(大正藏 2, p. 211中) "何等爲增上戒是比丘戒滿足少定少慧於彼彼分細微戒乃至受持學戒如是知如是見斷三結貪에癡薄得‥‥得斯陀含‥‥<중략>‥‥得須陀洹‥‥得隨法行‥‥得隨信行‥‥何等爲增上意學是比丘戒滿足定滿足少於慧‥‥斷五下分結謂身見戒取疑貪欲瞋에 斷此五下分結得中般涅槃‥‥生般涅槃‥‥無行般涅槃‥‥有行般涅槃‥‥上流般涅槃是名增上意學‥‥何等爲增上慧學是比丘戒滿足定滿足慧滿足‥‥欲有漏心解脫有有漏心解脫無明有漏心解脫解脫知見我生已盡梵行已立所作已作自知不受後有是名增上慧學"

36) 티벳어로는 tsültrim(tshul-khrim)이라 표기되는 바, tsül은 '적합한' 또는 '정확한'을 의미하게 되며, trim은 '법칙', '규칙' 또는 '규범' 등을 의미한다.

37) 산스끄리뜨어 Vinaya는 티벳어로는 dülwa('dul-ba)라 표기되는 바, Vinaya나 dülwa는 어의상 '길들임(taming)'을 뜻하고 있다.

38) 註 36) 增上戒의 내용 참조.

39) Chögyam Trungpa, Journey without Goal, The Tantric Wisdom of the Buddha, (London:Shambhala Pub, 1985), pp. 2∼3.

40) 雜阿含經(大正藏 2, 175中)
"여래·응공·등정각께서는 (우리가) 보는 바와 같이 諸比丘들을 위해 聖戒를 설하는가?‥‥<중략>‥‥" 존자 아난다가 우다인에게 말하기를, "四念處를 닦게 하기 위해서이다. 무엇을 넷이라 하는가. 이른바 身을 身으로 觀하여 念에 머무르고, 受는 受로, 心은 心으로, 法을 法으로 觀하여 念에 머무는 것이다.(何故如來應等正覺所見爲諸比丘說聖戒‥‥<중략>‥‥尊者阿難語優陀夷爲修四念處故何等爲四謂身身觀念住受心法法觀念住)"

41) 觀은 vipa?yan?를 뜻하는 말이나, 止라 번역되는 ?amatha와 함께 定을 뜻하는 sam?dhi 내지 dhy?na의 실행방법 중 하나로 이해된다.

42) Hajime Nakamura, Indian Buddhism, A survey with bibliographical notes, (Delhi:Motilal Banarsidass. Pub, 1987), p. 78.

43) 雜阿含經(大正藏 2, p. 72上∼中) "云何究竟滅盡於四念處繫心住無相三昧修習多修習‥‥<중략>‥‥住甘露門乃至究竟甘露涅槃"

44) 雜阿含經(大正藏 2, p. 126中) "涅槃者貪欲永盡瞋에永盡愚癡永盡一切諸煩惱永盡是名涅槃"

45) 雜阿含經(大正藏 2, p. 126中) "復問舍利弗有道有向修習多修習得涅槃耶舍利弗言有謂八正道正見乃至正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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