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해탈·열반의 정황

인도 사상사적 견지에서 정신적 해방을 뜻하는 가장 보편적인 단어는 해탈로서 이해되었으나, 불교의 이상적 경지는 열반 즉 nirv  a로 표현되었다. 46)  nirv  a는 '탐욕·갈망을 가라앉히다'라는 뜻 47)을 지니고 있다.  또한 '생명(욕망)의 불을 불어서 끄다'는 뜻으로 이해되기도 하여 煩惱의 불을 멸한 채 '깨달음의 지혜를 완성한 경지', 또는 '그 경지에 도달한 상태'에로 그 뜻이 전이되기도 하였다. 48)  한편 해탈을 지칭하는 말로서, '해방하다'거나 '~에서 벗어나다'는 뜻의 어원 muc에서 파생된 mok a(또는 vimok a)는 번뇌의 묶인 바 미혹의 고통으로부터 풀려남을 의미하며, 또한 '미혹의 세계를 넘는다'는 뜻에서 度脫이라 쓰여지기도 한다.
위 언어적 측면을 전제할 때 mok a는 동사적 개념으로서 '미혹의 세계를 넘어서는 행위'에 초점이 맞춰지며, nirv  a는 명사 또는 형용사적 개념으로 '미혹의 세계를 넘어 이룩한 깨달음의 경지' 내지 상태를 뜻하게 되어 49), 근본불교적 관점에서는 해탈의 動的 개념 속에 '현세적 측면의 열반관' 및 '끝없는 해탈'이 강조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는 앞서 'mok a(해탈)에 근접함'이란 뜻을 갖는 pratimok a(波羅提木叉)가 別解脫을 의미하고 있으며, "모든 일에 대해서 해탈한다"50)는 말을 통해 알 수 있듯이 해탈이란 '하나하나의 일에 대해 해탈한다'는 복수적 성격을 갖으며, 해탈한 사람의 死後에 관한 언급이 초기 경전에 거의 보이지 않는 점을 생각할 때51) 근본불교적 관점에서 해탈이란 현세적 증득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말할 수 있다.
해탈이란 내가 나로부터 풀려남을 뜻하며, 애착(ta ha)으로부터의 해방을 말한다.  모든 妄執을 멸한 마음 52)으로, 동시에 스스로의 마음을 지배하는 것53)을 뜻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내 마음은 내게 순종하고 해탈해 있다"54)는 표현은 해탈의 주관적 측면을 드러내 주기도 하는 바, 해탈이란 현세의 삶 가운데 행하는 끝없는 나의 내면적 노력과 함께 그로서 얻어지는 증득적 경지로서 열반을 지향한다고 하겠다.55)

46) nirv??a는 당시 자이나교의 이단 및바라문교에서 사용되던 소수의 관념을 불교가 채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中村 元(鄭泰爀 譯), 『原始佛敎, 그 思想과 生活』, 서울, 東文選, 1993, pp. 131∼137.

47) nirv??a는 nir와 v?na로 구분되는 바, nir는 de로 v?na는 v?na는 spirited로서 풀이되어 '탐욕·갈망을 가라앉히다'라는 뜻을 지닌다.  Heinrich Zimmer(Joseph Campbell ed), Philosophies of India, (Delhi:Motilal Banarsidass Pub, 1990), p. 473.

48) 산쓰끄리뜨어 nirv??a는 '바람이 불다' 내지 '불어서 끈다'는 의미의 va에 '分離·離脫'을 뜻하는 접두어 nir가 결합된 것으로 貪·瞋·癡로 인한 번뇌의 불을 끈 寂靜의 상태를 의미한다.

49) 이에 비해 명사 nirv??a에 대응하는 동사적 개념으로서 nibbuta와 nibb?ti·nibb?yati를 들 수 있는데, 이는 '열반의 성취 과정'에 초점이 맞춰진 단어임을 말할 수 있다.  이로서 볼 때 열반이란, 명사·형용사적 의미와 더불어 내적 측면에서 동사적 의미에로의 접근을 함포하는 적극적 의미의 표현이 되어짐을 생각할 수 있다.
    Rune E. A. Johansson(전재성 譯), 「열반의 심리학」(「월간 법회」, vol. 15), p. 108.

50) The Dalailama Tibeto-Indological Studies Series. vol. 4. 1982. p. 353.(hat?vak?so vant?so)

51) 박카리 비구 이야기 및 『앵무문사제품』 등의 예를 제외한다면.

52) khuddak-Nik?ya, (Nalanda Devanagari Pali Series, vol. 2), p. 333.

53) ibid. p. 233.

54) 『佛陀의 말씀, 수따니빠따』(원의범 譯), 서울, 삼성문화문고, p. 10, 23.

55) 그럼에도 S. Radhakrishnan은 열반의 개념을 분석하는 가운데 up?dhi?e?a와 anup?dhi?e?a라는 두 단어를 등장시키는 바, up?dhi?e?a는 열정의 소멸을 의미하며 anup?dhi?e?a는 존재의 소멸 곧 죽음을 말한다.(S. Radhakrishnan, The Brahma Sutra, <Delhi:Oxford University Press, 1960>, p. 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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