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원각사

5) 제2의 결집(結集)을 위하여

불멸 후 약 100년 경, 제2차 경전결집이 행해진 중요 원인 가운데 하나는 금은전의 소유 문제였다. 전통 율(律)의 입장에서 비구는 금은전을 소유하지 못하게 되었음에도, 신흥 상업도시 바이샬리의 단월(檀越)들은 비구들에게 음식과 옷의 보시 대신 돈을 제공하였던 바, 이에 대한 계율 이행의 적법성 논란에 의해 승단은 대중부와 상좌부의 근본분열에 이르게 되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2,500여 년이 흐른 지금, 현대와 같은 경제의 시대에 "불교 승단 역시 경제활동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가?" "비구 개개인의 경제생활은 어디에 근거해야 하는가?" 등의 의문은 도반들과의 대화 속에 심각한 문제의 핵심이 되기도 한다.
초기 율장의 입장에서 보면 비구의 경제생활은 철저히 금지되어 있었다. '금은(金銀) 등의 보물을 받지 말며, 물건을 판매하지 말 것이며' 등. 그들 일상적 삶의 유지는 철저히 공양과 탁발에 의존하게끔 되어 있었다. 이에 '출가자에 대한 공양은 복전(福田)이 된다'는 재가자들의 관념과 함께, 탁발은 출가자가 자비를 행하는 방편 내지 출가자 스스로의 해탈을 구하는 방편으로 이해 되었는 바, 반승(飯僧) 즉 재(齋)의 청(請)이 없는 경우 승려들은 발우를 손에 든 채 탁발을 행하였다.13)
그럼에도 탁발에 의한 수행자들의 생활 유지는 부처님 당시로부터 간혹 "사문이여, 나는 밭을 갈고 씨를 뿌립니다. 밭을 갈고 씨를 뿌린 후에 먹습니다. 당신도 밭을 갈고 씨를 뿌리십시오"라 하여 경제생활을 유지하는 다른 계층 사람들에 의한 비난의 소지를 일으키기도 하였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나도 밭을 갈고 씨를 뿌리오. 갈고 뿌린 다음에 먹소"라 말씀하신 후 "믿음은 종자요, 고행은 비며, 지혜는 쟁기와 호미, 의지는 잡아매는 줄이고, 생각은 호미날과 작대기라오. 몸을 근신하고‥‥<중략>‥‥노력은 나의 황소, 나를 안온의 경지로 실어다 주오‥‥<중략>‥‥나의 밭갈이는 이렇게 이루어지며, 감로(甘露)의 과보를 가져오는 이런 농사를 지으면 온갖 고뇌에서 풀려나게 되오 14)"라 말씀하고 계시다.
이런 입장에서 본다면 비구에게 있어 밭을 간다는 것은, 믿음과 고행·지혜·의지·생각·말·행위·진실·온화함·노력을 통한 것으로, 이로서 감로의 과보와 함께 온갖 고뇌에서 풀려나게 되는 자신 내면(정신)의 밭을 간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리고 현 생활에 있어 의식주 등은 철저히 탁발과 공양에만 의존했음을 우리는 안다. 즉 경제행위란 관점에서는 철저히 소비자적 입장만을 견지하였는 바, 물질적 생산이란 여전히 배격되어야 할 것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이에 "번뇌의 때를 다 없애고 나쁜 행위를 소멸해 버린 사람에게는 다른 음식을 드리시오. 그것은 공덕을 바라는 이의 복밭이 될 것이오"라 말한 채, 붓다께서는 법(法)을 설함으로서 얻게 되는 보답으로서의 공양 역시 철저히 부정하고 있음을 볼 수도 있다. 더구나 탁발 자체가 출가자의 12두타행 가운데 하나로서 인식되는 한에 있어 더욱 그러하다.
그럼에도 경제 전반에 대한 입장에는 다소 혼란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아함경』 가운데 "만약 옷을 축적하여 선법(善法)이 증대하고 악법(惡法)이 쇠퇴한다면 나는 그런 옷을 축적해도 좋다고 설한다. 옷 뿐만이 아닌 음식·도구·주택·촌락 등도 마찬가지다"는 표현을 볼 수 있게 되는 바, 이는 선법(善法) 증대를 위한 '율(律)의 목적론적 정지'를 뜻하는 것이라 이해될 수 있다. 그렇다면 선법(善法) 증대를 목적으로 한 채 우리는 율장의 기본 정신을 다소 유보시킬 수 있다는 것인가?
선법 증대라는 이념 위에 불멸 후 승단에서는 다소의 경제행위에 종사하기도 하였다. 인도 마우리아 왕조 성립 당시 이미 교단은 많은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으며, 이에 율장에 의할 것 같으면 사원에 소작인을 두고 경작시키는 일종의 자급자족적 경제가 생겨나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중세 굽타 왕조에 이르게 되자 불교교단의 부동산은 급혁히 증대되었으며, 여기서 생겨난 막대한 지대(地代)를 어떻게 처분할 것인가 하는 것은 인도(印度) 뿐만이 아닌, 이후 중국과 일본, 우리나라에 있어서도 크나큰 문제로 받아들여진 바 있었다. 그리하여 단월(檀越)들이 금품을 기증할 경우 그것을 대부하여 이자를 취한 채, 그 생겨나는 이익에 대한 처리방식으로서의 「대여」와 「보시」의 개념이 생겨 나왔던 바, 신라로부터 시작된 보(寶)의 개념과 함께 고려의 장생고(長生庫) 등은 그 좋은 예가 되어진다.
물론 '선법의 증대와 악법의 쇠퇴'라는 차선(次善)적 목적의 추구 속에도 많은 논란이 내재해 있다. 1956년 11월 14일 동아일보는 "불국사에서 징수하는 입장료에 관광객들 불평"이란 기사를 실었던 바 있었다. 그리고 40여 년이 지난 지금, 관광사찰의 경우 전체 사찰 예산의 50% 내지 80%로까지 확충되고 있는 국립공원 입장료 수입을 받아들임으로서 현 승가는 공원관리자 내지 문화재 관리자로서 그 소임을 다하고 있다. 이에 대승불교 불탑 관리자에게 허용되었던 제사장의 몫을 우리는 챙겨야 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겨난다.
그리하여 현 한국불교 승단은 보살 가나(ga a)의 현신임을 자부해야 하는가? 종헌 제2조의 "자각각타(自覺覺他) 각행원만(覺行圓滿)"의 이념은 적어도 현 승단 자체가 불탑관리자로부터 시작한 보살 가나의 현실체이기를 주장한다. 그럼에도 종헌 제9조의 "승려는 구족계와 보살계를 수지해야 한다"는 혼란 속에 왜 그렇듯 소승불교와 대승불교의 이념 혼선의 길을 걷고 있는가?
한편 1959년 8월 동아일보 기사 가운데 '3·7제 소작료 내라고 해인사에서 폭행함에 행패에 못이긴 농민 280여 세대 진정'이란 사건이 발생한 바 있었다. 그리고 경제활동의 슬로건 아래 조선시대 선문(禪門)에서는 절 안에서 누룩을 빗어 파는 등 자급자족 내지 생산경제에 열중하기도 하였으며, 최근까지도 대찰(大刹)에서는 소유 토지를 기반으로 소작농을 바탕한 봉건적 지주계급의 형태를 유지한 채 메주와 녹차뿐만이 아닌, 예수재(豫修齋)의 면죄부(免罪符)를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불탑에 바쳐진 물건, 승단에 바쳐진 물건, 즉 현전승가의 삼보정재 역시 비구 개개인의 확충에 사용되고, 영단(靈壇)에 바쳐진 영가(靈駕)의 노자 돈까지도 삼보정재의 하나로 귀속하는 승가의 발상 속에서 많은 이들은 오히려 선법 아닌 악법의 증대를 보게 된다.
한국에서는 옛부터 걸량승(乞粮僧), 즉 탁발승을 동량승(棟樑僧)이라 불러왔다. 어구상 '용마루와 대들보[棟樑]와 같은 승려'를 말하는 것이나,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왕륜사 장육금상 영험수습기」에 의할 것 같으면, "옛날 거빈(巨貧)과 교광(皎光)이란 두 비구가 금상(金像)을 주조키를 바란 채 속된 말로 동량(棟樑)이란 말을 지어냈다. 여기서 동량이라 함은 <헛된 구상[浮圖]>으로서 보시를 권함으로 행하는 불사(佛事)를 칭하는 것이다"라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이는 몸과 도(道)의 빈궁함만을 꾀하는 것이라. 속된 말로 '　　'이란 말은 권선(勸善)하는 동발(銅　:鉢羅)의 소리로서 그를 이름한 것이다"라고 『조선불교통사』는 적고 있기도 하다. 15)
즉 <헛된 구상으로서 보시를 권함>. 그리하여 속칭 '　　이'라는 관념 속에 우리는 60년대 보리고개를 넘는 한국의 경제실정 속에서 불렀던 노래, "예배당에 갔더니 눈 감으라 하더니, 매미채로 돈 내노라 하더라"라는 부정적 가사에 귀기울여야 한다. 이에 78년 법정스님은 "사찰의 복전함(福田函)을 없애라 16)"고 말한 바 있었다. 그리고 최근 재 언급되고 있는 선문(禪門) 선우도량의 자급자족 슬로건.
금전으로 인한 타락과 부패의 상황하에서, 중국 삼무일종(三武一宗:北魏의 太武帝, 北周의 武帝, 唐의 武宗, 後周世宗)의 박해 가운데 자급자족을 바탕한 선종(禪宗)만이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과거의 역사를 되돌이키는 속에, 이미 구한말로부터 부흥된 용성스님의 대각교 정신의 사상적 기반은 중국 신행(信行:540∼594)에 의한 삼계교(三階敎) 운동으로부터 찾을 수 있다.
삼계교 운동의 창시자 신행(信行)은 『사분율』 가운데 "만약 비구가 자신의 손으로 땅을 파면 파일제(波逸提)이며, 만약 비구가 자신의 손으로 땅을 파거나 다른 사람에게 땅을 파도록 시키면 파일제이다"라는 구족계의 금기를 '깡그리 벗어 던지고 17)' 이에 전면 부정한다. 그는 화도사(化度寺)에 머물며, 오직 하나의 옷을 입고 식사는 하루 한끼씩 먹은 채 노동에 종사했다. 그리고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을 위한 무진장원(無盡藏院)을 세운다. 그리고 이 운동이 우리나라에 확산된 것은 600년, 신라 원광(圓光)은 중국 삼계교에 대한 금단의 칙령에 귀국길에 오르며 이내 점찰보(占察寶)를 세운 채 빈민을 구제한다.
최근 가톨릭에서는 "개개 성직자들의 경제활동 금지" 훈령을 발표한 바, 교회에서 지급하는 성무비(聖務費), '제사장의 몫'에 의거해 중산층 정도의 삶을 유지토록 하고 있다. 이에 "눈뜬 사람들은 시(詩)를 읊어 생긴 것을 받지 않는다(즉 대가로서 무엇인가를 받지 않는다)"는 붓다의 입장을 거슬러 본인 역시 법문을 통한 법사비와 강사료, 원고료 내지 소임 실비 등을 통한 적지 않은 수입을 얻고 있다. 그리고 아무 대가 없이 주어지는 단월들의 보시. 그것들을 얻음으로서 내면의 혼란을 동시에 얻는다.
근래 나까무라 하지메(中村元)에 의해 <세속 초월의 윤리>로서 이름지어진, 생산활동에 대한 금기가 풀려지고 있음은 무엇인가. 그것은 우리 불교 역시 세속화(世俗化)에로 치닫고 있음을 말하는가? 그러나 세속화란 하아비 콕스(Harvey Cox)의 개념적 전환이래 비속한 것으로서가 아닌, 역사성(歷史性)을 수반한 수평적 원리를 형성코자 하는 기반이 됨을 생각할 수 있는 속에서, 적어도 종단에서 경제문제에 대한 공식 입장을 천명한 채 승가의 개개인이 경제 문제로 인한 곤혹 속에 빠져들지 않게끔 해 주었으면 한다. 이에 또다시 그 옛날 상업도시 바이샬리의 현실 속에 살고 있는 현시대의 몽매한 수행자들을 위해, 선각자들에 의한 <제2의 「제2결집」>이 행해져야 할 것이라 여겨진다.
이와 아울러 의(衣)와 식(食)에 대한 고찰 또한 요구된다. 법복(法服)의 경우 모시·삼베·무명옷이 승복의 대명사처럼 인식되는 속에서, 우리는 그 옷을 풀하기 위해 사람의 음식을 옷에게 먹이는 몰염치의 처사를 무의식중에 행한다. 그리고 여름 옷 40∼50만원, 겨울 옷 60∼70만원으로 봉급생활자의 한달 살림에 맞먹는 옷 한 벌을 승복집에서 돈주고 사 입는다. 가톨릭의 경우 특정 수녀원에서 제의(祭衣)를 만든다. 특정 사찰을 지정해 성스런 옷[聖衣]을 만듦므로서, 시중에서 그것을 팔게 됨으로 승려 아닌 이들이 그 옷을 입고 승려를 사칭하는 일을 경계하여야 한다.
한편 탁발에 의해 얻어진 음식은 그것이 어떠한 종류의 것이건 허용이 되었다. 『사분율』 가운데 비구가 "대덕 세존이시여, 어떤 음식을 먹으리까?"라는 물음에 "다섯 음식을 걸식해 먹으라" 하셨는 바, 비구들이 걸식하다가 밥을 얻으니 '먹으라' 하셨고 국수를 얻으니 '먹으라' 하셨으며, 생선을 얻으니 '먹으라' 하셨고 고기를 얻으니 '갖가지 고기를 먹으라' 말씀하시는 것이다. 18) 이에 심지어 "(탁발에 의한) 여덟 가지 술을 마셔도 좋다. 만일 취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 때나 마셔도 좋고, 취하는 사람이거든 마시지 말라19)"는 규정조차 존재함을 볼 수 있기도 하다. 20)
물론 대승을 표방하는 자비의 정신 속에 위 소승계(小乘戒)의 건도(健度)를 무시해 버린다 해도, 그 안에 깃든 정신은 어느 것에도 집착하지 말라는 점에 있다. 이는 변별(辨別)을 떠남을 의미한다. 『유마경』「성문품(聲聞品)」 가운데 가난한 이들의 친구였던 마하가섭은 "자비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부자들을 버리고 가난한 사람에게서 걸식을 하는 것은 자비심을 널리 펼 수 없는 것입니다. 평등한 법에 머물러 마땅히 순위에 따라 걸식해야 합니다‥‥<후략>‥‥21)"라는 이야기를 유마거사로부터 들었던 까닭에 부끄러워 문병(問病)하지 못하겠노라 말하고 있다. 즉 대승의 정신은 변별을 떠나 있음을 말한다.

13) 楞嚴經(大正藏 19, p.106 中∼下)

14) 『숫타 니파아타(법정 역)』(정음문고 49), 1986, pp.23∼25. 雜阿含經, 「耕田經」.

15) 李能和, 『朝鮮佛敎通史(下)』, pp. 1009∼1012.

16) 법정, 「다시 읽는 부처님 前上書」(월간 「다보」, 통권 제19호), 1996.

17) 歷代三寶記

18) 大正藏 22, p. 866下.
심지어 코끼리 고기며 龍(뱀을 말함)의 고기, 개고기(往전陀羅家於彼得狗肉食之諸比丘乞食諸狗僧逐吠之. p. 868下), 사람 고기까지 얻어 먹는 예가 생겨났는 바(汝痴人食人肉自今已去不得食人肉. p. 869上), 이러한 고기 등은 금하되, 이후 '고의로 자신을 위해 죽인 고기, 즉 ①故意로 자기를 위해 죽였다 함을 '보았거나', ②'들었거나', ③'의심이 들거나' 하는 것을 먹지 말라 하셨다.(是中故爲殺者若故見故聞故疑有如此三事因緣不淨肉我說不應食. p. 872中)'.

19) 大正藏 22, p. 873下.
"聽飮八種漿若不醉人應非時飮若醉人不應飮若飮如法治"

20) 이외에도 『四分律』 가운데 "비구들이 과일밭을 얻었는데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받아도 좋다' 하시고, 누가 관리할지 모르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절을 지키는 사람이나 沙彌나 우바새를 시키라'"(大正藏 22, p. 875上)는 구절이 보이는 바, 탁발에 있어 음식뿐만이 아닌 물건 등 기타 재산까지도 이에 포함된다고 하겠다.

21) 維摩經, 「聲聞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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